뉴칼레도니아 폭동과 니켈 가격 폭등: 2차전지 대신 '항공권'이 미친듯이 오르는 진짜 이유

최근 남태평양의 휴양지 뉴칼레도니아에서 대규모 유혈 폭동이 일어났음.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군경을 투입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함.

이 뉴스가 뜨자마자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가격이 단숨에 톤당 2만 1,275달러를 돌파하며 폭등했음. 사람들은 뉴스를 보며 "니켈 가격 오르네? 전기차 배터리 원가 올라가니까 2차전지 주식에 악재인가?" 정도의 1차원적인 반응을 보임.

하지만 이 사태를 보며 진짜 피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곳은 전혀 엉뚱한 산업임. 바로 글로벌 '항공우주 산업'임.

1. 2024년 5월, 세계 3대 니켈 생산국이자 프랑스령인 뉴칼레도니아에서 폭동이 터졌음.
2. 프랑스 정부가 10년 이상 거주한 이주민에게 투표권을 주려 선거법을 고치려 하자, 원주민 카낙(Kanak)족이 폭발한 것임.
3. 뉴칼레도니아는 전 세계 니켈 매장량과 생산량의 약 8%를 차지함. 주요 광산과 제련소 가동이 마비되자 글로벌 공급 충격 우려가 시장을 덮쳤음.
4. 대중의 시선은 으레 '니켈 = 전기차 배터리'로 향함. 하지만 니켈 시장은 배터리용 저순도 니켈(Class 2)과 특수 산업용 고순도 니켈(Class 1)을 철저히 분리해서 봐야 함.
5. 이번 사태로 진짜 치명타를 입은 곳은 고순도 니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제트 엔진 제조사들임.
6. 현대 여객기의 제트 엔진(가스터빈)이 이륙할 때 내부 연소 온도는 약 1,600도까지 올라감.
7. 우리가 아는 단단한 철(Steel)의 녹는점이 1,500도 수준임. 일반 강철이나 티타늄으로 엔진 부품을 만들면 이륙하기도 전에 쇳물처럼 녹아내림.
8. 이 지옥불을 버티는 터빈 블레이드(날개)는 공학의 결정체인 '니켈 기반 초합금(Nickel-based Superalloy)'으로 만듦.
9. 니켈 함량이 50~70%에 달하는 이 초합금(인코넬 등)을 단결정(Single-crystal)으로 주조해서 깎아내는 것임.
10. 금속은 1,000도가 넘는 고온에서 엄청난 원심력을 받으면 엿가락처럼 늘어나는 '크리프(Creep)' 현상이 발생함. 고순도 니켈(Class 1)은 이 현상을 막아주는 유일한 핵심 소재임.
11. 즉, 터빈 블레이드 무게의 절반 이상이 니켈이고, 니켈이 없으면 비행기는 이륙조차 할 수 없음.
12. 비싸게 주고 사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재 글로벌 항공업계는 역사상 최악의 엔진 수리 대란을 겪고 있음.
13. 에어버스 주력기(A320neo)에 들어가는 프랫앤휘트니(P&W)사의 GTF 엔진에서 치명적인 금속 결함이 터졌음.
14. 엔진 부품을 만드는 분말 금속(Powder metal)이 오염된 채로 제조되어, 비행 중 엔진이 박살 날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된 것임.
15. 전 세계 수천 대의 엔진을 다 뜯어고쳐야 하는 리콜 사태가 벌어짐. 부품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해 새 터빈 블레이드를 찍어내도 모자랄 판국임.
16. 그런데 남태평양 폭동으로 고순도 니켈 공급망마저 마비되었음. 초합금 부품 조달에 엄청난 병목 현상이 생겨버린 것임.
17. 이로 인해 항공업계의 MRO(유지보수) 일정이 완전히 박살 났음.
18. 평소 같으면 엔진을 떼서 수리하고 다시 붙이는 턴어라운드 타임(TAT)이 60일이면 끝났음.
19. 지금은 부품이 없어서 이 기간이 250일에서 최대 300일까지 늘어났음.
20. 수리 기간이 5배나 늘어나니 전 세계 공항 구석구석에 기괴한 풍경이 펼쳐짐. 멀쩡한 여객기 약 700~835대가 엔진만 떼인 채 깡통 상태로 지상에 방치(Grounded)되어 있음.
21. 띄울 수 있는 비행기가 부족해지니 항공사들은 어쩔 수 없이 노선을 줄이고 있음.
22. 공급은 줄어드는데 여행 수요는 폭발하니, 다가오는 휴가철 '국제선 항공권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게 됨.
23. 여객기가 줄어들면 물류 시장에도 폭탄이 떨어짐. 글로벌 항공 화물의 상당수는 화물기가 아니라 일반 여객기 하부의 화물칸(밸리카고)에 실려 다님.
24. 반도체, 스마트폰 부품, 바이오 의약품 같은 비싸고 가벼운 첨단 제품들이 주로 이 밸리카고를 이용함.
25. 여객기 800대가 멈춰 섰다는 건, 전 세계 하늘길을 오가던 거대한 화물 트럭 800대가 동시에 사라졌다는 뜻임.
26. 당연히 항공 화물 운임 지수(TAC Index)가 연쇄적으로 폭등할 수밖에 없음.
27. 남태평양 작은 섬나라 원주민들이 선거법에 반대하며 던진 돌멩이 하나가 어마어마한 나비효과를 일으켰음.
28. 니켈 가격을 올리고, 제트 엔진 공장을 멈추고, 전 세계 여객기 800대의 발을 묶었음.
29. 결국 우리가 휴가를 가기 위해 긁어야 할 항공권 결제액과, 최신 스마트폰의 물류 원가를 올려버린 것임.
30. 사람들은 뉴스를 볼 때 "뉴칼레도니아 폭동 -> 니켈 폭등 -> 2차전지 주식 확인"으로 1차원적인 사고를 끝냄.
31.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괴하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음.
32. 남들이 배터리 주식만 쳐다보고 있을 때, 누군가는 항공기 부품 쇼티지를 계산하고 항공권 선결제와 물류 대란을 대비함.
33. 표면적인 팩트의 나열에서 숨겨진 '의미'와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복잡계로 얽힌 현대 경제를 읽어내는 가장 확실한 생존 방식임.

한 줄 코멘트. 세상의 모든 위기는 누군가의 지갑을 털어 다른 누군가의 주머니를 채우는 거대한 청구서임.

참고 자료.
- Independent - How is the violent unrest in New Caledonia impacting global nickel prices? - https://www.independent.co.uk/news/ap-new-caledonia-indonesia-european-union-french-b2549216.html
- Aviation Week - GTF Turnarounds Open Storage Opportunity - https://aviationweek.com/mro/gtf-turnarounds-open-storage-opportunity
- Fortune Business Insights - Superalloys Market Size, Share & Industry Analysis - https://www.fortunebusinessinsights.com/superalloys-market-103328
- IRIS - Nickel in Turmoil: The Impact of the New Caledonia Crisis on the Global Market - https://www.iris-france.org/185265-nickel-in-turmoil-the-impact-of-the-new-caledonia-crisis-on-the-global-market/

확인할 변수.
- 인도네시아(중국 자본 중심)의 니켈 생산량이 뉴칼레도니아의 공백을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메워 가격이 단기 안정화될 경우
- 엔진 제조사(P&W 등)가 항공기 부품용 고순도 니켈(Class 1) 재고를 1년 치 이상 선확보해 두어, 단기적인 원자재 가격 폭등이 부품 생산 지연으로 직결되지 않을 가능성
- LME Class 1 니켈 재고량 추이, P&W 분기별 실적 발표의 GTF MRO 턴어라운드 타임(TAT) 증감 여부, 여객기 운항 축소가 실제 항공 화물 운임 상승으로 이어지는지 보여주는 TAC Ind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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