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정유소 피격의 진짜 타깃 '디젤': 물류비 폭등과 2차 인플레이션 경고
2026년 8월 9일, 사우디 아람코의 자잔(Jazan) 정유소가 예멘 후티 반군의 드론에 맞고 불타올랐음. 아람코 CEO는 피해가 미미하다며 즉각 진화에 나섰고, 대중은 국제 유가(WTI) 선물 창이 조용한 것을 보며 안도함.
하지만 사람들은 표면적인 유가 숫자만 보며 현재 상황을 완전히 착각하고 있음. 현장의 진짜 데이터들은 전혀 다른, 훨씬 더 위험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 이번 사태를 과거처럼 단순한 '원유' 공급 문제로 보면 경제적 파급력을 완전히 잘못 짚게 됨.
진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은 땅에서 캐내는 원유가 아니라, 글로벌 물류를 굴리는 진짜 피(Blood)인 '디젤' 공급망임. 이 사건이 왜 조용히 글로벌 공급망을 목 조르고, 인플레이션의 2차 파도를 부를 수밖에 없는지 구체적인 돈의 흐름을 정리해 봄.
1. 사건의 진짜 발단은 언론에 대서특필된 8월 9일이 아님.
2. 보름 전인 2026년 7월 27일,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 남부에 위치한 자잔 정유소에 1차 드론 공격을 감행했음.
3. 이 1차 타격은 매우 정밀하고 치명적이었음. 정유소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IGCC(가스화 복합발전) 설비와 핵심 저장 탱크가 파손됨.
4. IGCC 설비는 단순한 발전기가 아님.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태워 수소와 전력을 만들고, 이를 다시 고도화 정제 과정에 투입하는 핵심 인프라임.
5. 이 설비가 망가지면 단순 정제탑이 멀쩡하더라도 고품질의 맑은 기름을 뽑아낼 수 없음.
6. 자잔 정유소는 하루 40만 배럴(400,000 bpd)의 원유를 처리하는 거대한 공장임.
7. 이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핵심 생산물은 가솔린과 '초저유황 디젤(Ultra-low-sulfur diesel, ULSD)'임.
8. 7월 27일의 1차 피격으로 이곳의 고도화 정제 가동은 이미 전면 중단된 상태였음. 수출 물량은 사실상 '제로(0)'로 떨어짐.
9. 즉, 8월 9일의 2차 타격은 멀쩡히 돌아가던 정유소를 공격한 것이 아님.
10. 이미 수출 능력을 상실하고 쓰러져 있는 정유소에 다시 한번 드론을 꽂아 넣은 '확인 사살'에 불과함.
11. 아람코 CEO가 "추가적인 피해가 미미하다"고 말한 것은 일종의 말장난임. 이미 1차 공격으로 핵심 설비가 망가져서 당장 더 망가질 것이 없었다는 뜻과 같음.
12. 시장 참여자들은 2019년의 사우디 압카이크(Abqaiq) 피격 사태를 떠올리며 이번에도 별일 없이 지나갈 것이라 오판하고 있음.
13. 2019년 당시, 전 세계는 하루 570만 배럴의 원유가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패닉에 빠졌음.
14. 하지만 사우디는 거대한 지하 비축유를 시장에 쏟아내며 가격을 방어했고, 유가는 단기간에 제자리로 돌아왔음.
15. 예멘의 후티 반군과 그 배후 세력은 과거의 이 실패에서 철저하게 학습했음.
16. 땅에서 캐내는 '원유' 자체를 타격해봤자, 사우디의 막대한 비축 물량과 다른 산유국들의 증산으로 쉽게 대체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임.
17. 그래서 이번에 그들이 노린 타깃은 대체 가능한 원유가 아니라, 실생활에 곧바로 쓰이는 '정제유(디젤, 가솔린)' 공장임.
18. 원유가 창고에 아무리 넘쳐나도, 이를 디젤로 바꾸어 줄 고도화 설비가 멈추면 물류는 그 즉시 마비됨.
19. 자잔 정유소에서 증발한 40만 배럴의 디젤은 트럭, 컨테이너 선박, 건설 중장비 등 글로벌 실물 경제를 굴리는 대체 불가능한 혈액임.
20.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지역에 지정학적 뇌관이 추가로 폭발하며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음.
21. 후티의 도발에 다급해진 사우디는 8월 7일, 튀르키예 및 파키스탄과 '메카 공동방위조약(Makkah Joint Defense Agreement)'을 전격 체결함.
22. 나토(NATO) 2위의 군사력을 가진 튀르키예와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을 끌어들여,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을 3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는 강력한 압박이었음.
23. 하지만 후티 반군은 이에 굴복하기는커녕 '눈에는 눈' 작전을 선언하며 홍해의 남쪽 입구인 밥 엘 만데브(Bab el-Mandeb) 해협을 무력으로 틀어막았음.
24. 이 봉쇄의 파급력은 즉각적인 물동량 숫자로 나타남.
25. 사우디 얀부(Yanbu) 등 서안에서 출발해 아시아로 향해야 할 원유 및 정제유 물동량이 일평균 300만~320만 배럴에서 150만 배럴 수준으로 정확히 반토막이 났음.
26. 사우디는 아시아행 수출 물량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수에즈 운하를 통해 북쪽으로 우회시키거나 동서 파이프라인(East-West Pipeline)을 가동하며 대응 중임.
27. 여기서 우리는 표면적인 유가 대신 '진짜 돈의 흐름'을 읽어내야 함. 핵심은 가격 결정권과 비용 전가 메커니즘임.
28. 디젤의 절대적인 글로벌 공급량이 하루 40만 배럴씩 줄어들고 있는데, 이를 실어 나를 배들은 후티의 미사일을 피해 항로를 바꿔야 함.
29. 안전을 위해 수에즈 운하를 역주행하거나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수천 킬로미터를 우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짐.
30. 배가 목적지까지 가는 운항 거리가 길어지면, 선박들이 바다 위에 떠 있는 시간이 비례해서 늘어남.
31. 이는 특정 시점에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글로벌 가용 선박의 수, 즉 '선복량'이 급감하는 효과를 가져옴.
32. 선복량 부족은 즉각적인 해상 운임 폭등으로 이어짐.
33.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물류 회사들은 당장 두 가지 치명적인 비용 상승의 이중고에 직면함.
34. 첫째, 배를 움직일 핵심 연료인 디젤 가격 자체가 오름. 둘째, 배를 빌리는 운임(용선료)이 폭등함.
35. 해운사들은 유류할증료(BAF) 명목으로 기름값 상승분을 화주에게 넘기고, 부족한 배를 무기로 기본 운임까지 올려 받음.
36. 사우디 아람코는 파이프라인 우회로를 통해 원유를 팔아 어떻게든 자기들 몫의 돈을 챙길 수 있음.
37. 하지만 중간에서 디젤을 정제하지 못하고 운송 경로가 꼬이면서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글로벌 공급망으로 전가됨.
38. 이 혼란 속에서 거시 경제의 수혜와 피해 지도는 매우 명확하게 갈리게 됨.
39. 가장 먼저 큰 수혜를 보는 곳은 중동 바깥에 위치하면서, 원유를 디젤로 뽑아낼 수 있는 고도화 설비를 갖춘 정유사들임.
40. 한국의 정유사들이나 미국 멕시코만 연안의 거대 정제 시설들은 중동의 공급 차질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게 됨.
41. 이들은 원유를 사 와서 디젤로 팔 때 남기는 정제 마진, 즉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가 급등하며 막대한 현금을 쓸어 담을 기회를 잡음.
42. 장거리 우회로 인해 배가 부족해지면서 화주들에 대한 운임 협상력이 극도로 높아진 글로벌 해운사 및 탱커 선사들도 확실한 수혜 대상임.
43. 반면, 치명적인 피해를 보는 곳은 디젤을 대량으로 소비하며 공장을 돌려야 하는 유럽의 제조업체들임.
44. 또한, 원가 상승을 최종 제품 가격에 쉽게 전가하지 못하는 글로벌 수출입 기업들은 3분기 물류비 폭탄을 맞고 영업이익이 크게 훼손될 것임.
45. 이 사태의 본질은 단순히 중동 사막에서 벌어지는 종교 분쟁이나 영토 갈등에 머물지 않음.
46. 에너지 정제망의 병목 현상이 글로벌 물류비를 팽창시키고, 이 팽창된 비용이 최종 소비재의 가격표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문제임.
47. 대중과 얕은 언론은 WTI나 브렌트유 같은 원유 가격만 보고 타격의 여파를 과소평가하지만, 진짜 인플레이션은 다른 곳에서 자라고 있음.
48. 유가 차트가 조용하다고, 내 차에 넣을 휘발유 가격이 안정되어 있다고 안심할 때가 아님.
49. 원유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디젤 공장이 불타고 컨테이너선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가기 때문에 내일 문 앞에 놓일 택배비와 마트 진열대의 물가가 오르게 됨.
50.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의 2차 파도임.
51. 물론 이 분석이 틀리고 시장의 평온함이 맞을 수도 있음. 이 시나리오가 실패할 조건은 크게 두 가지임.
52. 첫째, 아람코의 호언장담대로 자잔 정유소의 심장인 IGCC 설비가 기적적으로 빠르게 복구되는 경우임.
53. 8월 중순 이내에 하루 40만 배럴의 디젤 공급이 완전히 정상화된다면, 물류비 상승 압력은 단기 해프닝으로 끝날 것임.
54. 둘째, 거시 경제 측면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되어 수요 자체가 꺾이는 경우임.
55. 아시아와 유럽 공장들의 가동률이 떨어져 산업용 디젤 수요가 급감한다면, 40만 배럴의 공급이 줄어든 충격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상쇄될 수 있음.
56.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매일 추적해야 할 진짜 지표는 엉뚱한 WTI 유가가 아님.
57. 가장 먼저 글로벌 디젤 크랙 스프레드 마진을 확인해야 함. 원유와 디젤의 가격 차이가 벌어질수록 정유망의 병목이 심각하다는 확실한 증거임.
58. 물류 병목의 실시간 체온계 역할을 하는 발틱운임지수(BDI)와 탱커선 용선료 추이도 핵심 추적 지표임.
59.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선박 수의 증가율을 체크하면 물류 지연과 비용 상승의 장기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음.
60.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확전 여부임. 사우디가 방위조약을 맺은 튀르키예, 파키스탄 연합군을 활용해 예멘에 지상군을 전면 투입하는지 지켜봐야 함.
61. 만약 궁지에 몰린 후티의 배후에 있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후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디젤을 넘어 원유 시장 전체가 진정한 패닉에 빠지게 될 것임.
한 줄 코멘트. 유가가 조용하다고 안심하지 마라, 진짜 인플레이션은 디젤과 바다에서 오고 있다.
참고 자료.
- The Guardian - Iran-aligned Houthis claim they attacked oil refinery in Saudi Arabia - 원문 보기
- The National - Red Sea crisis escalates with Houthi strikes on Yemen's Mokha port and Saudi Aramco refinery - 원문 보기
- Energy News Beat - Saudi Arabia Attacked Again, and is Gearing Up for Retaliation. What Does This Mean for Oil - 원문 보기
확인할 변수.
- 아람코의 주장대로 자잔 정유소 IGCC 설비가 예상보다 빠르게 복구되어 8월 중순 디젤 공급이 정상화될 경우
-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아시아와 유럽의 산업용 디젤 수요 자체가 급감하여 공급 차질이 상쇄될 경우
- 원유와 디젤의 가격 차이를 보여주는 글로벌 디젤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 마진 폭
- 물류 병목을 확인하기 위한 발틱운임지수(BDI), 탱커선 용선료 및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선박 수 증가율
-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무기로 한 이란의 개입 또는 사우디 연합군의 예멘 지상군 투입 여부
하지만 사람들은 표면적인 유가 숫자만 보며 현재 상황을 완전히 착각하고 있음. 현장의 진짜 데이터들은 전혀 다른, 훨씬 더 위험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 이번 사태를 과거처럼 단순한 '원유' 공급 문제로 보면 경제적 파급력을 완전히 잘못 짚게 됨.
진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것은 땅에서 캐내는 원유가 아니라, 글로벌 물류를 굴리는 진짜 피(Blood)인 '디젤' 공급망임. 이 사건이 왜 조용히 글로벌 공급망을 목 조르고, 인플레이션의 2차 파도를 부를 수밖에 없는지 구체적인 돈의 흐름을 정리해 봄.
1. 사건의 진짜 발단은 언론에 대서특필된 8월 9일이 아님.
2. 보름 전인 2026년 7월 27일, 예멘 후티 반군은 사우디 남부에 위치한 자잔 정유소에 1차 드론 공격을 감행했음.
3. 이 1차 타격은 매우 정밀하고 치명적이었음. 정유소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IGCC(가스화 복합발전) 설비와 핵심 저장 탱크가 파손됨.
4. IGCC 설비는 단순한 발전기가 아님.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찌꺼기를 태워 수소와 전력을 만들고, 이를 다시 고도화 정제 과정에 투입하는 핵심 인프라임.
5. 이 설비가 망가지면 단순 정제탑이 멀쩡하더라도 고품질의 맑은 기름을 뽑아낼 수 없음.
6. 자잔 정유소는 하루 40만 배럴(400,000 bpd)의 원유를 처리하는 거대한 공장임.
7. 이곳에서 뿜어져 나오는 핵심 생산물은 가솔린과 '초저유황 디젤(Ultra-low-sulfur diesel, ULSD)'임.
8. 7월 27일의 1차 피격으로 이곳의 고도화 정제 가동은 이미 전면 중단된 상태였음. 수출 물량은 사실상 '제로(0)'로 떨어짐.
9. 즉, 8월 9일의 2차 타격은 멀쩡히 돌아가던 정유소를 공격한 것이 아님.
10. 이미 수출 능력을 상실하고 쓰러져 있는 정유소에 다시 한번 드론을 꽂아 넣은 '확인 사살'에 불과함.
11. 아람코 CEO가 "추가적인 피해가 미미하다"고 말한 것은 일종의 말장난임. 이미 1차 공격으로 핵심 설비가 망가져서 당장 더 망가질 것이 없었다는 뜻과 같음.
12. 시장 참여자들은 2019년의 사우디 압카이크(Abqaiq) 피격 사태를 떠올리며 이번에도 별일 없이 지나갈 것이라 오판하고 있음.
13. 2019년 당시, 전 세계는 하루 570만 배럴의 원유가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패닉에 빠졌음.
14. 하지만 사우디는 거대한 지하 비축유를 시장에 쏟아내며 가격을 방어했고, 유가는 단기간에 제자리로 돌아왔음.
15. 예멘의 후티 반군과 그 배후 세력은 과거의 이 실패에서 철저하게 학습했음.
16. 땅에서 캐내는 '원유' 자체를 타격해봤자, 사우디의 막대한 비축 물량과 다른 산유국들의 증산으로 쉽게 대체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임.
17. 그래서 이번에 그들이 노린 타깃은 대체 가능한 원유가 아니라, 실생활에 곧바로 쓰이는 '정제유(디젤, 가솔린)' 공장임.
18. 원유가 창고에 아무리 넘쳐나도, 이를 디젤로 바꾸어 줄 고도화 설비가 멈추면 물류는 그 즉시 마비됨.
19. 자잔 정유소에서 증발한 40만 배럴의 디젤은 트럭, 컨테이너 선박, 건설 중장비 등 글로벌 실물 경제를 굴리는 대체 불가능한 혈액임.
20.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지역에 지정학적 뇌관이 추가로 폭발하며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키웠음.
21. 후티의 도발에 다급해진 사우디는 8월 7일, 튀르키예 및 파키스탄과 '메카 공동방위조약(Makkah Joint Defense Agreement)'을 전격 체결함.
22. 나토(NATO) 2위의 군사력을 가진 튀르키예와 핵보유국인 파키스탄을 끌어들여,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을 3국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는 강력한 압박이었음.
23. 하지만 후티 반군은 이에 굴복하기는커녕 '눈에는 눈' 작전을 선언하며 홍해의 남쪽 입구인 밥 엘 만데브(Bab el-Mandeb) 해협을 무력으로 틀어막았음.
24. 이 봉쇄의 파급력은 즉각적인 물동량 숫자로 나타남.
25. 사우디 얀부(Yanbu) 등 서안에서 출발해 아시아로 향해야 할 원유 및 정제유 물동량이 일평균 300만~320만 배럴에서 150만 배럴 수준으로 정확히 반토막이 났음.
26. 사우디는 아시아행 수출 물량을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수에즈 운하를 통해 북쪽으로 우회시키거나 동서 파이프라인(East-West Pipeline)을 가동하며 대응 중임.
27. 여기서 우리는 표면적인 유가 대신 '진짜 돈의 흐름'을 읽어내야 함. 핵심은 가격 결정권과 비용 전가 메커니즘임.
28. 디젤의 절대적인 글로벌 공급량이 하루 40만 배럴씩 줄어들고 있는데, 이를 실어 나를 배들은 후티의 미사일을 피해 항로를 바꿔야 함.
29. 안전을 위해 수에즈 운하를 역주행하거나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수천 킬로미터를 우회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짐.
30. 배가 목적지까지 가는 운항 거리가 길어지면, 선박들이 바다 위에 떠 있는 시간이 비례해서 늘어남.
31. 이는 특정 시점에 화물을 실을 수 있는 글로벌 가용 선박의 수, 즉 '선복량'이 급감하는 효과를 가져옴.
32. 선복량 부족은 즉각적인 해상 운임 폭등으로 이어짐.
33.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물류 회사들은 당장 두 가지 치명적인 비용 상승의 이중고에 직면함.
34. 첫째, 배를 움직일 핵심 연료인 디젤 가격 자체가 오름. 둘째, 배를 빌리는 운임(용선료)이 폭등함.
35. 해운사들은 유류할증료(BAF) 명목으로 기름값 상승분을 화주에게 넘기고, 부족한 배를 무기로 기본 운임까지 올려 받음.
36. 사우디 아람코는 파이프라인 우회로를 통해 원유를 팔아 어떻게든 자기들 몫의 돈을 챙길 수 있음.
37. 하지만 중간에서 디젤을 정제하지 못하고 운송 경로가 꼬이면서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글로벌 공급망으로 전가됨.
38. 이 혼란 속에서 거시 경제의 수혜와 피해 지도는 매우 명확하게 갈리게 됨.
39. 가장 먼저 큰 수혜를 보는 곳은 중동 바깥에 위치하면서, 원유를 디젤로 뽑아낼 수 있는 고도화 설비를 갖춘 정유사들임.
40. 한국의 정유사들이나 미국 멕시코만 연안의 거대 정제 시설들은 중동의 공급 차질로 인한 반사이익을 얻게 됨.
41. 이들은 원유를 사 와서 디젤로 팔 때 남기는 정제 마진, 즉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가 급등하며 막대한 현금을 쓸어 담을 기회를 잡음.
42. 장거리 우회로 인해 배가 부족해지면서 화주들에 대한 운임 협상력이 극도로 높아진 글로벌 해운사 및 탱커 선사들도 확실한 수혜 대상임.
43. 반면, 치명적인 피해를 보는 곳은 디젤을 대량으로 소비하며 공장을 돌려야 하는 유럽의 제조업체들임.
44. 또한, 원가 상승을 최종 제품 가격에 쉽게 전가하지 못하는 글로벌 수출입 기업들은 3분기 물류비 폭탄을 맞고 영업이익이 크게 훼손될 것임.
45. 이 사태의 본질은 단순히 중동 사막에서 벌어지는 종교 분쟁이나 영토 갈등에 머물지 않음.
46. 에너지 정제망의 병목 현상이 글로벌 물류비를 팽창시키고, 이 팽창된 비용이 최종 소비재의 가격표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문제임.
47. 대중과 얕은 언론은 WTI나 브렌트유 같은 원유 가격만 보고 타격의 여파를 과소평가하지만, 진짜 인플레이션은 다른 곳에서 자라고 있음.
48. 유가 차트가 조용하다고, 내 차에 넣을 휘발유 가격이 안정되어 있다고 안심할 때가 아님.
49. 원유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디젤 공장이 불타고 컨테이너선이 지구 반 바퀴를 돌아가기 때문에 내일 문 앞에 놓일 택배비와 마트 진열대의 물가가 오르게 됨.
50. 이것이 바로 인플레이션의 2차 파도임.
51. 물론 이 분석이 틀리고 시장의 평온함이 맞을 수도 있음. 이 시나리오가 실패할 조건은 크게 두 가지임.
52. 첫째, 아람코의 호언장담대로 자잔 정유소의 심장인 IGCC 설비가 기적적으로 빠르게 복구되는 경우임.
53. 8월 중순 이내에 하루 40만 배럴의 디젤 공급이 완전히 정상화된다면, 물류비 상승 압력은 단기 해프닝으로 끝날 것임.
54. 둘째, 거시 경제 측면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화되어 수요 자체가 꺾이는 경우임.
55. 아시아와 유럽 공장들의 가동률이 떨어져 산업용 디젤 수요가 급감한다면, 40만 배럴의 공급이 줄어든 충격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상쇄될 수 있음.
56.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매일 추적해야 할 진짜 지표는 엉뚱한 WTI 유가가 아님.
57. 가장 먼저 글로벌 디젤 크랙 스프레드 마진을 확인해야 함. 원유와 디젤의 가격 차이가 벌어질수록 정유망의 병목이 심각하다는 확실한 증거임.
58. 물류 병목의 실시간 체온계 역할을 하는 발틱운임지수(BDI)와 탱커선 용선료 추이도 핵심 추적 지표임.
59.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선박 수의 증가율을 체크하면 물류 지연과 비용 상승의 장기화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음.
60.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확전 여부임. 사우디가 방위조약을 맺은 튀르키예, 파키스탄 연합군을 활용해 예멘에 지상군을 전면 투입하는지 지켜봐야 함.
61. 만약 궁지에 몰린 후티의 배후에 있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후의 카드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한다면, 그때는 디젤을 넘어 원유 시장 전체가 진정한 패닉에 빠지게 될 것임.
한 줄 코멘트. 유가가 조용하다고 안심하지 마라, 진짜 인플레이션은 디젤과 바다에서 오고 있다.
참고 자료.
- The Guardian - Iran-aligned Houthis claim they attacked oil refinery in Saudi Arabia - 원문 보기
- The National - Red Sea crisis escalates with Houthi strikes on Yemen's Mokha port and Saudi Aramco refinery - 원문 보기
- Energy News Beat - Saudi Arabia Attacked Again, and is Gearing Up for Retaliation. What Does This Mean for Oil - 원문 보기
확인할 변수.
- 아람코의 주장대로 자잔 정유소 IGCC 설비가 예상보다 빠르게 복구되어 8월 중순 디젤 공급이 정상화될 경우
-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아시아와 유럽의 산업용 디젤 수요 자체가 급감하여 공급 차질이 상쇄될 경우
- 원유와 디젤의 가격 차이를 보여주는 글로벌 디젤 크랙 스프레드(Crack Spread) 마진 폭
- 물류 병목을 확인하기 위한 발틱운임지수(BDI), 탱커선 용선료 및 아프리카 희망봉 우회 선박 수 증가율
-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무기로 한 이란의 개입 또는 사우디 연합군의 예멘 지상군 투입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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